- 9.6 평화대행진 후기 -
9월 6일은 햇볓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늦여름의 더위로 찌는 듯한 날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군산공항 주변은 허허벌판, 공항 뒤편으로 이십분 정도를 더 걸어서 행진 출발지인 새만금 간척지역에 도착했습니다. 출발지역 역시 허허벌판이었지만 행진을 위해 도착한 수백명의 사람들로 시끌시끌 흥겨운 분위기였습니다.
참가비를 내고, 몸피켓을 받아서 각자의 구호를 쓰고(저는 “평화가 길이다!!”라고 적었답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나서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매듭에서는 동근, 둘이, 멩, 지영, 진우, 청이가 행진에 참가했고, 매듭이 궁금해서 온 친구 한 명도 함께 했습니다. 건강현장활동때 만났던 전북지역 ‘인권의정치 학생연대’ 친구들도 물론 함께 했구요.
날씨는 너무 덥고, 바다 근처 새만금 땅이라 습도도 높고, 염생식물들이 무릎 높이까지 자라 걷기도 힘들고, 여러모로 평화를 외치기에 쉽지는 않은 날이었어요. 하지만 모두들 즐겁게 힘차게 행진하는 것을 보면서 힘을 냈답니다. 건강현장활동에서 새만금 간척사업과 군산 미군기지의 문제에 대해서 함께 고민했었기 때문에 그 기억을 되살려보기도 했구요.
일정은 군산공항 뒤편에서 시작해 미군기지를 따라서 행진하면서 최근 불법 논란 속에 확장되어 철조망이 쳐진(www.cham-sori.net : ‘새만금 미군기지 철조망 설치의 문제점’ 참조) 곳까지 가서 “미군기지 확장 반대 문화제”를 진행하고, 다시 행진하여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간척지는 정말 절경이었습니다. 드넓은 땅 너머로 바다가 일렁이고, 그 뒤로는 지평선인지 수평선인지 모르게 아득하고,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따뜻하고. 행진을 하는 것인지 경치 구경하며 산책을 하는 것인지 헷갈리며 걷다가 순간 정신이 번쩍 듭니다. 왼편으로 끝도 없이 넓게 들어서서 전쟁연습을 하고 있는 미군기지가 보이고,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땅도 미군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그러고 보니 이 땅도 예전엔 갯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수많은 생명이 살았을 테고, 이 땅과 함께 숨쉬며 땅의 도움을 받으며 어민들이 살고 있었을 거란 사실을 깨닫습니다.
가장 힘없는 사람들을 몰아내고 진행된 개발, 그리고 그 땅에 전쟁기지가 들어서서 또 다른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상황. 이라크, 팔레스타인 민중의 고통은 결코 우리와 멀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날아간 비행기가 또 어딘가의 힘없는 사람을 죽이고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생각하고 알려고 하지 않을 때, 새만금 땅은 그저 경치 좋은 들판일 뿐입니다. 우리가 함께 모여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겠지요.
문화제를 위한 목적지에 도착하기 조금 전, 전경들이 앞을 가로막고 행진을 방해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 역시 발랄한 시민들이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철조망을 따라서 행진하면 막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하고서는 철조망 옆으로 가서 만들어온 몸피켓을 매달고, 행진을 시작합니다. 결국 전경들은 물러나고, 뒤늦게나마 문화제를 할 수 있었지요.
문화제에서는 이런저런 인상깊은 일들이 있었지만, 제가 제일 감동받았던 것은 일본의 평화활동가들이 오셔서 얘기를 나눈 일입니다. ‘오키나와-한국 민중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활동가는 오키나와의 주일미군을 반대하는 일과, 군산의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일이 모두 평화를 위한 아시아 민중의 연대라는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의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일부러 한국말까지 배워서 말씀하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문화제는 우리가 처음 준비해간 몸피켓을 철조망에 부착하고, 평화를 기원하면서 끝났습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인증샷(^^)을 찍고 처음 왔던 길을 다시 돌아왔답니다. 오는 길은 바람도 산들산들 불고, 마음도 가볍고, 보람차기도 하고, 이래저래 즐거웠습니다. 건강현장활동을 연대활동으로 이어가는 우리의 모습이 스스로 자랑스럽기도 했어요. 멀리서 일부러 와서 함께 한 강북모임의 친구들을 보면서 힘도 나고 여러모로 좋았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생기면 더 많이 함께 할 수 있길 빌게요^^



